나는 천주교 신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스럽게도 궁합 및 사주, 점이라는 것에
아주 가끔 의존하곤 한다.
나는 그 사람과 사주와 점,
두 번의 확인 아닌 확인을 한바있다.
작년 말,
노처녀의 삶이 그렇듯,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자
매우 용하다는 아주머니를 찾아갔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무릎이 닿기도 전에,
마치 용하다는 소문을 방증하려는 듯이
니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네 - 라는 역질문을 하셨고,
그렇게 본의 아니게 그 사람과 점을 보게 됐다.
짝사랑 기간 중인 탓에
생일 및 기타등등의 정보 없이,
그저 아주머니 눈에 보이는
신적인 어떤 것에 의존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머니는
'너네는 이미 연이 닿아서 쉽게 안끊어져'
라는 말을 남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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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사람과 만난 이후,
함께 궁합을 보러갔다.
나름 매우 좋은 궁합이라는
기분좋은 결과를 받아 만족스러운 우리에게
아저씨는 마지막에 덧붙여
'보이지 않은 끈이 있어서 안 끊어져"
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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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적부터
내 짝은 분명히 있고,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지 ㅡ 라는 다소 유치한 상상을 했었고,
언제부터인가 그 유치한 상상은 점차 믿음이 되어
언젠가는 그가 나타날 것이라는 확신으로 변했다.
그런데
다른 두 사람에게,
다른 두 종류의 어떤 것들에서
혼자서 몰래 간직해온 믿음을
마치 알기라도 한 것처럼,
끊어지지 않는 연 - 이라는 결과.
왠지 혼자만의 끼워맞추기에 힘이 실어지는 듯한 기분이다.
그 사람의 말처럼,
우리는 정말 세트가 아닐까.
우리는 정말,
연이 있는건 아닐까 -
라는 믿음이
자꾸만 생겨가고 있다.
안 끊어지게 시멘트라도 덕지 덕지 발라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