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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니 /감성소녀

2013.3.11

나는 천주교 신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스럽게도 궁합 및 사주, 점이라는 것에

아주 가끔 의존하곤 한다.


나는 그 사람과 사주와 점, 

두 번의 확인 아닌 확인을 한바있다. 



작년 말, 

노처녀의 삶이 그렇듯,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자

매우 용하다는 아주머니를 찾아갔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무릎이 닿기도 전에,

마치 용하다는 소문을 방증하려는 듯이

니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네 - 라는 역질문을 하셨고,

그렇게 본의 아니게 그 사람과 점을 보게 됐다. 


짝사랑 기간 중인 탓에

생일 및 기타등등의 정보 없이, 

그저 아주머니 눈에 보이는

신적인 어떤 것에 의존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머니는

'너네는 이미 연이 닿아서 쉽게 안끊어져'

라는 말을 남기셨다.


-


그리고 그 사람과 만난 이후,

함께 궁합을 보러갔다.


나름 매우 좋은 궁합이라는

기분좋은 결과를 받아 만족스러운 우리에게

아저씨는 마지막에 덧붙여 


'보이지 않은 끈이 있어서 안 끊어져"

라고 하셨다.


--

 

나는 어릴적부터

내 짝은 분명히 있고,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지 ㅡ 라는 다소 유치한 상상을 했었고,

언제부터인가 그 유치한 상상은 점차 믿음이 되어

언젠가는 그가 나타날 것이라는 확신으로 변했다.


그런데

다른 두 사람에게,

다른 두 종류의 어떤 것들에서

 


혼자서 몰래 간직해온 믿음을

마치 알기라도 한 것처럼,

끊어지지 않는 연 - 이라는 결과. 


왠지 혼자만의 끼워맞추기에 힘이 실어지는 듯한 기분이다.



그 사람의 말처럼,

우리는 정말 세트가 아닐까. 


우리는 정말,

연이 있는건 아닐까 - 

라는 믿음이 

자꾸만 생겨가고 있다.


안 끊어지게 시멘트라도 덕지 덕지 발라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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