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니* 2013. 3. 19. 18:17

내 남자친구는 바쁘다.

너무너무 바쁘다.


몸이 아파도, 밥을 못먹어도 

일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하던 도중 핑계를 만들어,

혹은 집에라도 데려다 주며.

혹은 나를 만나고 밤을 새면서

그렇게 그는 나를 위해 늘 시간을 비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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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는 

그가 보고 싶은 욕심에

저녁도 먹지 못한 채 야근한 그에게

내 친구의 문상을 가자고 졸랐고,

그는 흥쾌히 들어주었다.


그런 자리에 누구와 동행한 적이 없기도 했거니와

친구들의 숱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누군가를 데려간 적이 없던 터라

한껏 설렜던 모양이다.


그런데 문상 후

잠깐만 쉬자고 한 그는,

차에서 정말 ㅡ 마치 죽은 사람같았다.


아무리 흔들어도 깨어나지 못할 만큼

그는 ㅡ 그렇게 아프고 피곤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오늘도 밤을 샌다.

하루종일 기침을 하고,

얼굴은 시커멓게 변한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지 못하는 나에게 

미안해하는 그런 사람.

언능 끝내고 놀자라고 말해주는 사람.



그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건 


이것은 엄마마음인지, 

애인의 마음인지 모르겠으나



불안해 하지 않게 조신히 집에 들어가 있는 것.

굶지 않게 억지로 밥을 먹이는 것.

아프면 약을 먹이는것.

나를 만나지 못해 미안해 하는 그에게 ㅡ 괜찮다고 웃어주는 것.

짬을 내서 와준 그에게 힘내라고 충전해 주는 것.

기절한 그에게 무릎을 빌려주는 것.



해줄수 있는게 별로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