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많은 수의 소개팅을 한 나지만,
좀처럼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다.
쟤는 이래서 싫고, 얘는 이래서 싫고,
제법 명확한 기준이 있는 ㅡ 쓸데없이 줏대있는 여성이었다.
싫은 사람과는 마주앉아 있지 못하는 탓에
두 번 이상의 만남은 갖지 않았고,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거냐며 비난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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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고 가는 손을 가진 사람을 좋아했고
키가 크고 마른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했으며,
옷을 잘 입는 사람을 좋아했고
노래하는 남자는 느끼하다고 생각했으며
돈이 많은 사람을 좋아한다 - 라고, 적어도 31년 동안 믿어왔다.
그런데 ㅡ
그 사람의 손은 크고 투박했고,
나의 두배가 넘는 엄청난 덩치에,
단벌신사이며
차에선 늘 노래를 부르고
알뜰함의 아이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어떠한 단점도 찾아지지 않는 것을 보면,
이상형은 바뀌기도 하는 모양이다 - 라고
서른 한살 2월, 문득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