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미덕은 튕김 -
이라고 생각했던 철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이 비단,
남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었다기 보다는
좋지 않기 때문에 무관심해진 것.
그래서 상대방은 아마 더 애가 탔던 모양이다.
덧붙이자면,
남녀관계에서 여자가 더 좋아하면 안된다 - 라는
나만의 쓸데없는 자존심같은 ㅡ 그러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누군가에게 푹 빠질만큼 열렬한 사랑을 해보지 못한 나는,
본의 아니게 ㅡ 밀당의 달인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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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그 사람에게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마냥,
자꾸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진다.
밥을 먹지 못했을 땐, 뭐라도 먹여주고 싶고
병이 나면 약이라도 먹여야 할 것 같고
피곤해 하면 10분이라도 재우고 싶고
예쁜것을 보면 사다주고 싶고
힘들어 하면 안아주고 싶고
너무 바빠 나를 못만나 서운할 지언정, 그 일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제법 어른스럽고 멋진 여성이 되었달까 -
허나,
이러한 것들이 처음이어서일까.
익숙하지 않아서 일까.
내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 한편으로는 여전히 불안하다.
질려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도망가면 어쩌나 하는 의심
만만해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유치하고 치졸한 감정들이
스물스물 올라와 발목을 잡는 것을 보니
나는 아직도 멀었는가보다.
혹자는,
그 정도는 누구나 해줘 - 라며 생색낼 수준이 아니라고 한 이도 있긴하다만은
그 사람은 알까.
본인에게 해준 작고 큰 행동들 중
수없이 많은 '처음'이 무엇들이었는지.
좋겠다 오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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