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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니 /책 읽는

[재밌는 책]싱글빌_최윤교

 


싱글빌

저자
최윤교 지음
출판사
다산책방 | 2013-06-2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싱글빌에 입주한 여섯 남녀의 수상하고 은밀한 이야기!최윤교의 로...
가격비교



입주자 모집공고

 

결혼의 압박에 지쳤습니까?
간섭에 질렸습니까?

사랑이 풍성한 진정한 독신의 삶, 지금 시작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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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빌은 말 그대로 싱글들이 모여사는 마을.

 

마치, 젊은이 버전의 실버타운처럼, 돈 많고 혼자 있기 좋아하는 독신들을 위한,

전자동 음성 인식 시스템, 실내온습도 조절기, 울창한 숲과 산책로, 쾌적한 주거공간.
모든 것이 갖추어진 대신, 연애가 금지된 곳. 이란 설정으로 시작됩니다.


허나 - 모두는 아니겠지만,

타의적 싱글인 이들은 ㅡ 나는 독신이다, 나는 내가 좋아서 싱글인, 자의적 싱글이다 등의 주장을 하고 있으나

모두 연애를 하는, 결국은 연애소설입니다.

15년전 사랑의 상처를 품은 남자.
웨딩촬영일에 애인에게 차인여자.
동성을 사랑하는 죄로 사랑을 숨겨야 하는 남자 

10년 연상의 독신여성을 사랑하는 남자.
15년전 실수로 행복해지지 않기로 결심한 여자.

뭐 대충 이런 사람들이 얽히고 설켜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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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이별은 다르다. 그리고 결과도 이별의 이유만큼 다양하다.

이를테면 파혼을 당한 모든 여자가 독신 선언을 하지는 않을 거였고,

독신 선언을 했다 하더라도 모든 여자가 스토킹을 당하지는 않을 거였다. _ 84p


사랑은 어쩜 이토록 잔인할까. 결코 평형을 이루지 않는 마음의 시소.
더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무게로 기울어진 시소의 한쪽에서 덜 사랑하는 그대를 언제까지나 올려다봐야 한다.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어 힘껏 다리를 차올리는 것도 그때뿐,

늘 애를 쓰는 건 더 사랑하는 이의 몫이다. _164p


얼굴을 가득 엎어 숨 막히게 하는 남자의 가슴. 그만의 채취를 맡는 것은 언제나 황홀한 일이었다
소영은 자신을 감사고 있는 긴 팔의 감촉을 느꼈다.

포옹을 할 때는 1분도 영원이 되고 10분은 찰나가 된다. 키스보다는 포옹이지, 소영의 지론이었다 _ 1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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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빌의 재미는, 전체적인 내용에도 있겠으나

아주 개인적인 사견으로 ㅡ 작가의 문체 덕분에 읽는 재미를 더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를테면 - 과거에 얽매인 남자에 대해 묘사하기를

열을 세기 전에 돌아와, 다 세고나면 짜 끝이야.라고 말했다.
윤성은 결국 '하나'를 소리 내어 말하지 못했다.

그날 부터 지금까지 윤성의 정신 한 구석은 내내, 그 여름의 자리에 못박혀 있었다.
하나가 남은 마음, 그 마음으로 살아왔다. _256p


또,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사람의 마음을 묘사하기를

누군가가 말하지 않았나. 지금 연인의 지난 애인들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이렇게 좋은 사람과 헤어져줘서 내가 만날 수 있었노라고. _268p

라는 식의 표현처럼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가장 정확하게 묘사되어 묘하게 공감되는
작가의 문체가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여하튼, 아이러니하게도 제목과는 정 반대인,
연애이야기로 시작해 연애이야기로 끝나는 어느 마을의 이야기인 싱글빌은
큰 교훈을 준다거나, 애틋하고 달달한,  오글거리는 연애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 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고 끝을 기다리는 재미가 있는 ㅡ 제법 재미있는 책으로 추천합니다.